티스토리 뷰

저축을 못할 정도로 보험료 부담이 높은 가계 지출 구조를 두고 전문가들은 '보험 과소비'라고 평가한다. 사적인 인맥을 통해 알게 된 생명보험 설계사 등을 통해 보험에 가입한 까닭에 균형 잡힌 금융상품 선택을 하지 못한 결과다. 우리나라의 보험 침투율(소득 대비 보험료 비중)은 2007년 말 현재 11.8%로 세계 5위에 이를 만큼 보험산업은 양적으로 팽창해 있다. 그러면서도 설계사에 의한 연고 판매 구조로 사업비 비중은 선진국의 1.5~2배 수준이다.

보험 과소비는 보장성 보험과 저축성 보험의 혼동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사망시 거액의 보험금이 나오는 생명보험 등 보장성 보험은 사업비(설계사 수당등)와 위험보험료(보험금 지급을 위해 따로 떼어놓는 돈)의 비중이 높아 저축 기능이 떨어진다. 특히, 노년에 사망보험금을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어 저축성이 있다고 소개하지만 다르게 볼 여지가 크다. 이를테면 1억원짜리 종신보험(30살 남, 20년 납)을 30년 뒤 연금으로 전환하면, 60살 때의 해약환급금(불입원금+수익, 3800만원 안팎)을 기준으로 연금을 받는다. 그런데 이 돈의 현재 가치는 880만원(23%)에 불과하다.

생명보험에 종신보험과 정기보험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도 보험 과소비를 낳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를테면 65살 등 일정 연령까지만 사망시 보장을 받는 정기보험은 그 기간까지만 유효해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아주 싸다. 보험설계사들은 수당이 훨씬 많은 종신보험 쪽을 권하면서 정기보험은 잘 소개해주질 않는다. 경제교육업체 애듀머니 제윤경 대표는 “화물차 운전자인 남편이 사고를 당하면 생계가 막막하다는 두려움에 200만원 가구 소득에서 보험료만 90만원을 내는 주부를 본 적도 있다”며 “종신보험을 정기보험으로 갈아타기만 해도 보험료를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 나동민 원장은 “소득에 비해 지나친 수준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는 건 설계사와 보험가입자 양쪽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보험 쪽에도 펀드 판매와 같이 가입자의 이해도와 교육수준 등에 맞춰 계약을 권고하는 ‘적합성의 원칙’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창현, 『저축 깎아먹는 '보험 과소비' 구조조정하세요』, 한겨레, 2008.12.23. 본문 中 발췌